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상속세 징수액은 200조 원 규모에서 1,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5배 이상의 폭증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증여세는 335조 원에서 644조 원으로 1.9배만 증가했습니다. 부의 총량이 5배 늘었다면 두 세목이 비슷하게 오를 것을 기대했을 텐데,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직관을 깨뜨리는 두 세목의 엇갈린 움직임
상속세 징수액이 199만 원대에서 1,000만 원대로 올랐다면, 일반적인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부유층이 급증했거나, 아니면 세금을 훨씬 잘 걷었다는 것입니다. 둘 다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더 정교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같은 10년 동안 증여세의 궤적은 전혀 다른가 하는 것입니다.
2016년만 해도 증여세 징수액(335조 원)이 상속세(199조 원)보다 1.7배 많았습니다. 누군가의 재산이 세대를 넘어갈 때, 사람들은 상속보다 증여를 훨씬 더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025년에는 상속세 1,004조 원이 증여세 644조 원을 55% 앞질렀습니다. 증여가 상속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부의 절대량이 늘면서 정책이 그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음을 시사합니다.
이 역전 현상을 단순히 ‘세수 증가’로 읽으면 정책의 진짜 의도를 놓칩니다. 부의 이전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를 읽어야 합니다.
2021년 상속세 78% 급등은 정책 변화의 신호였다
정책이 개인의 선택을 재편한 시작점은 명확합니다. 2020년 390조 원이던 상속세 징수액이 2021년 694조 원으로 1년 만에 78% 폭등했습니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도 아니고, 주식시장 호황도 아닙니다. 이 수준의 급등은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신호입니다.
같은 해 증여세도 24%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폭이 상속세의 1/3에 불과합니다. 이는 정부가 두 세목을 다르게 대했음을 의미합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상속세 과세인원이 전년도 대비 25.2% 증가하고 총결정세액이 16.1% 증가했습니다. 같은해 증여세 과세건수는 50.2% 급증했으나 총결정세액은 59.3% 증가해, 건당 세액이 오른 것을 시사합니다.
이 엇갈림은 우연이 아닙니다. 정책이 상속을 강화하고 증여의 상대적 이점을 좁혔다면, 고액자산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 대답이 2021년 이후의 수치에 드러납니다.

증여세 하락이 의미하는 고액자산가의 ‘회피 전략’
2021년 증여세 징수액 806조 원은 이 기간의 최고점입니다. 그 이후 매년 하락했습니다. 2024년 565조 원까지 내려와 최고점 대비 30% 감소했고, 2025년 644조 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2021년보다 20% 낮습니다. 부의 총량이 계속 늘고 있는데 증여세만 내려간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상속세 강화가 공제 확대로 완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우자공제 5억 원, 자녀공제 수천만 원, 기초공제 등이 있으니 중산층도 납부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고액자산가들이 상속을 회피하기 위해 증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제가 경제 행동을 직접 규정하는 순간입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피상속인 35.8만 명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인원은 2.1만 명(약 5.9%)에 불과하며, 2020년 이후 과세인원이 매년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이 세목 간 선택을 조종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세제개편, 10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신호했다
그러나 2024년 정부가 제시한 세제개편안은 10년 상속세 강화의 부분 포기를 의미합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자녀공제를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배우자공제와 기초공제도 함께 조정됩니다. 이전 25년(1999년 이후)은 이 수치들이 동결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방향의 획기적 전환입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과거 10년간의 강화 정책이 예상했던 대로 세수를 증가시켰으나, 그 부작용으로 고액자산가의 ‘세목 간 회피’를 가속화했기 때문입니다. 증여세가 내려간 것은 정책의 공백을 시장이 메웠다는 증거입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인식하고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앞으로 상속세 세율이 내려가고 공제가 확대되면, 고액자산가들의 선택 지형이 바뀔 것입니다. 증여로의 회피 인센티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향후 징수액의 변화는 이 새로운 신호에 대한 개인의 대응이 결정할 것입니다.
자산 이전을 준비하는 중산층·부유층이 알아야 할 것
앞으로 자산 이전을 준비하는 순자산 10억 원 이상의 가구는 더는 ‘증여로 회피’를 단순하게 택할 수 없습니다. 상속세 세율 인하와 공제 확대로 상속의 상대적 불리함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배우자공제 5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으로 최소 10억 원이 공제되므로, 그 이상의 부만 상속세 부담 대상입니다.
대신 검토해야 할 옵션들이 있습니다. 생전 단계적 증여로 과세 기준을 분산하기, 신탁과 재단 같은 구조화된 설계,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활용, 보험 활용 등이 있습니다. 각 선택에 따른 세액 부담이 2배 이상 차이날 수 있으므로, 개별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수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금 절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이 세목 간 선택을 결정하고, 개인의 선택이 정책을 실현하는 순환 구조입니다. 2025년 상속세 1,000조 원 시대에 진입한 지금, 자산 이전의 시기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순수한 개인의 경제적 판단이 되었습니다.
자료: 국세청 국세통계
※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